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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시인 박노해의 아름다운 시 추천 (등 뒤에 그대가 있어 /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 꽃 피는 말)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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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의 그대가 있어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나며

젖은 눈으로 등 뒤를 바라본다

나는 나 하나만의 존재가 아니다

내 힘만으로 살아가는 생이 아니다

내 등 뒤에 그대가 있어

나는 나아갈 수 있으니

내 등 뒤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어

그래도 나는 살아갈 것이니

 

in 박노해 시인의 <숨 고르기>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먼 길을 걸어온 사람아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그대는 충분히 고통받아 왔고

그래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자신을 잃지 마라

믿음을 잃지 마라

걸어라

너만의 길로 걸어가라

길을 잃으면 길이 찾아온다

길을 걸으면 길이 시작된다

길은 걷는 자의 것이니

 

in 박노해 사진 에세이 <길>

 

 

꽃 피는 말

우리 시대에

가장 암울한 말이 있다면

"남 하는 대로"

"나 하나쯤이야"

"세상이 그런데"

우리 시대에

남은 희망의 말이 있다면

"나 하나만이라도"

"내가 있음으로"

"내가 먼저"

 

in 박노해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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