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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 추천 (길 위에서 / 슬픈 사람들에겐 / 나를 키우는 말)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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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한다

 

이해인 수녀 시집 <작은 위로> 中

 

 

 

슬픈 사람들에겐

슬픔 사람들에겐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마음의 말을 은은한 빛깔로 만들어

눈으로 전하고

가끔은 손잡아주고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슬픈 사람들은

슬픔의 집 속에만

숨어 있길 좋아해도

너무 나무라지 말아요

훈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것도 위로입니다

그가 잠시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대책 없이 울면 같이 울어주는 것도

위로입니다

위로에도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 함께 배워가기로 해요

 

이해인 수녀 시집 <작은 기쁨> 중

 

 

나를 키우는 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정말 행복해서

마음에 맑은 샘이 흐르고

고맙다고 말하는 동안은

고마운 마음 새로이 솟아올라

내 마음도 더욱 순해지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 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자락이 환해지고

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

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이해인 수녀 시집 <고운 마음 꽃이 되고 고운 말은 빛이 되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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