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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아픔이 담긴 시 - 수수께끼 (by 허수경 시인)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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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 중에서 이별 또는 헤어짐으로 인해 느끼는 아픔이 가장 슬프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아픔을 견디며 아름다운 시(詩)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감동적인 시가 있습니다. 바로 허수경 시인의 "수수께끼"라는 시인데 한 구절 한 구절 시의 모든 내용이 가슴이 큰 감동의 주는 시인거 같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문득 당신의 과거 이별의 순간이 떠오르겠지만 그 순간 역시 당신 인생에 있어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기억하고 차분하게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별의 아픔을 이겨낸 사람만이 성장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별의 아픔이 담긴 시 - 수수께끼 (by 허수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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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 허수경 시인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애

 

차비 있어?

차비는 없었지

이별은?

이별만 있었네

 

나는 그 후로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네

사랑했던 순간들의 영화와 밥은 기억나는데

그 얼굴은 봄 무순이 잊어버린 눈처럼

기억나지 않았네

 

얼음의 벽 속으로 들어와 기억이 집을 짓기 전에 얼른 지워버렸지

뒷모습이 기억나면 얼른 눈 위로 떨어지던 빛처럼 잠을 청했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당신이 만년 동안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네

내가 만년 동안 당신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붙들고 있었네

먼 여행 도중에 죽을 수도 있을 거야

나와 당신은 어린 꽃을 단 눈먼 동백처럼 중얼거렸네

 

노점에 나와 있던 강아지들이 낑낑거리는 세월이었네

폐지를 팔던 노인이 리어카를 끌고 지하도를 건너가고 있는 세월이었네

왜 그때 헤어졌지, 라고 우리는 만년 동안 물었던 것 같네

아직 실감 나지 않는 이별이었으나

이별은 이미 만년 전이었어

 

그때마다 별을 생각했네

그때마다 아침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던

다리 밑에 사는 거지를 생각했네

수수께끼였어,

당신이라는 수수께끼, 그 살 밑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잊혀진 대륙들은

횟빛 산택을 어린 안개처럼 안고 잠을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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