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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칭구 문화 산책

일요일에 읽으면 좋은 시 - 행운과 행복의 짧은 글귀

by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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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가장 행복한 날을 뽑으라면 누가 뭐래도 일요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늦잠을 자도 좋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소풍을 떠나도 좋고, 맛있는 요리를 하기도 좋은 일요일. 그런 일요일에 읽으면 좋은 시를 오늘은 준비해 보았습니다. 당신에게 행복과 행운을 선물해 줄 응원과 감동의 글귀로 가득한 일요일에 읽으면 좋은 시를 통해 행복 호르몬 세라토닌이 절로 뿜어져 나오는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일요일에 읽으면 좋은 시 - 행운과 행복의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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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쓴다 -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라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품화되었다.


숲 - 정희성

 

숲에 가 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인연 - 최영철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자장면집 한켠에서 짬뽕을 먹는 남녀

해물 건더기가 나오자 서로 건져 주며

웃는다 옆에서 앵앵거리는 아이의 입에도

한 젓가락 넣어 주었다

면을 훔쳐 올리는 솜씨가 닮았다


간격 -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햇살에게 -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부 - 함민복

 

긴 살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일요일에 읽으면 좋은 시 - 좋은 글귀 - 응원 글귀 - 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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