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어에서 부사 ‘별로’는 부정을 뜻하는 말과 함께 쓰이지만 20세기 이전까지는 ‘특별함’을 강조하는 의미로 어느 말에나 쓰였다고 합니다. 저녁상에 별미가 올라오면 선조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별로 맛이 좋구나!” 세상천지 별의별 음식이 많고 많지만 별미라 칭할 수 있는 음식은 따로 있습니다. 특별함의 본질은 고유함입니다. 재료가 본디 지닌 성질과 기운을 살린 맛, 대대손손 전해 내려와 쉬이 흉내낼 수 없는 깊은 맛, 혀뿌리 깊숙이 공유하고 있는 맛의 DNA를 만족시키는 맛이야말로 진정한 별미를 만드는 비결일 것입니다. 맛이란 단순한 화학작용을 넘어서는 정서적 교감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재료와 만든 사람의 손맛과 정성, 먹는 사람의 입맛까지. 무엇 하나 모자라거나 지나침 없이 조화되어야 최고의 맛이 나오게 됩니다. 우리 몸을 잘 아는 우리 맛의 근원을 찾아, 전북의 별미를 맛보러 함께 가 보시죠!
한데 어우러진 화합의 맛 "부안 콩나물잡채"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나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잔칫날 손님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잡채이다. 다채로운 재료가 들어가는 잡채 한 그릇엔 화합의 미덕이 담겼다. 잡채의 본뜻은 ‘여러 나물을 섞은 것’이라고 한다. 오늘날 즐겨 먹는 당면이 들어간 것과 달리, 갖은 채소와 버섯, 고기 등을 채 썰어 섞은 게 전통 한국식이다. 부안에서는 특별한 잡채를 맛볼 수 있다. 바로 콩나물잡채이다. 전북에는 콩나물을 주재료로 한 음식이 유난히 많다. 수질이 좋고 품질이 우수한 콩이 생산되어 콩나물을 재배하기에 알맞은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한 콩나물은 손쉽게 재배할 수 있어 식재료로 다양하게 쓰인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해 건강에도 이롭다고. 콩나물의 인기 비결을 꼽자면 한 손이 모자란다. 그중에서도 콩나물잡채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잘 다듬은 콩나물에 갖은 채소를 채 썰어 넣고 겨자 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부안 향토 음식이 완성된다. 모처럼 둥글게 둘러앉은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어우러지듯 한데 버무려야 때깔도 맛깔도 살아나는 음식이다. 이 특별한 음식은 손질이 반이다. 들어가는 채소가 많은 만큼 씻고 다듬고 썰고 매만지는 데 시간과 공을 들인다. 콩나물을 거두절미해 씻고 데친 뒤 고사리, 미나리, 무, 당근 등을 채 썬다. 여기에 겨잣가루를 되직하게 개어 만든 양념을 버무리면 끝. 미리 무치면 숨이 죽고 식감이 떨어지는 까닭에 상에 내기 직전 무치는 것이 좋다. 재료가 같다고 해서 모든 음식이 똑같은 맛을 내는 건 아니다. 만드는 이의 내공과 솜씨에 따라, 들이는 시간과 정성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콩나물잡채는 어느 재료 하나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었을 때에야 진가를 발휘한다.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구성원 각각 이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하듯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제 빛깔과 향기를 지키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채소들의 향연.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까지 가미되니 지친 입맛을 깨우는 별미로 그만이다.
오랜 시간에 푹 익은 맛 "순창 한정식"
순창은 옹기를 닮아 오목한 고장이다. 동쪽으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노령산맥에 감싸여 아침이면 피어오르는 안개가 지역의 맛을 숙성시킨다. 옛 지명인 ‘옥천’에서 알 수 있듯 ‘구슬처럼 맑은 물’을 머금고 있으니, 좋은 음식을 만드는 자양분을 넉넉히 품고 있는 셈이다. 순창하면 고추장이 떠오른다. 장의 맛은 한국인의 밥상 맛을 좌우하는 기본값이다. 장으로 유명한 이 마을의 밥맛이 특별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을 테다. 이곳 집밥 맛을 알 수 있는 설화는 고려 말부터 전해온다.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 대사가 순창군 구림면에 만일사를 중건하고 이성계를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하고자 10,000일 동안 기도하던 시절이다. 이성계가 무학 대사를 찾아가던 중에 허기가 져서 한 농가를 찾아가 밥 한술을 청했는데, 가난한 집에서 내놓을 수 있던 반찬은 고추장 한 접시뿐이었다. 허름한 차림을 마다할 처지가 아니던 이성계는 군말 없이 수저를 들었는데 밥그릇을 싹싹 비울 만큼 맛이 좋았다. 훗날 조선 태조가 된 이성계는 순창 고추장을 왕실에 진상토록 명했다. 순창 고추장이 오늘날 이름을 떨치게 된 배경에는 이렇듯 유구한 역사가 있다. 오늘날에도 군내 곳곳에는 이름난 한정식집이 여럿이다. 좋은 장맛이 모든 음식의 밑바탕이 되었음 직하다. 집에서 먹는 밥맛을 고스란히 살리고 귀한 손님 대접하는 마음으로 먹음직스러운 반찬을 고루고루 올려 한 상을 차려낸다. 상 중앙에는 찌개가 끓는 뚝배기를 올려놓고 불고기와 생선구이, 장아찌와 젓갈, 갖가지 나물무침과 김치까지. 커다란 상을 여백 없이 채운다. 순창 한정식은 겉으로 보아선 소박하고평 범하다. 하지만 기본을 지켜 차려내 우리 몸에 그대로 보약이 된다. 탈 없고 속 편한 집밥이 그립다면 단연 순창이다.
바짝 말릴수록 살아나는 맛 "군산 박대"
한쪽 얼굴에 두 눈이 몰린 우스운 생김새 때문에 문전박대를 당했다 하여 ‘박대’라 이름 붙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군산 사람들 사이에서 박대는 황금 박대라 불리는 명물이다. 박대는 갯벌이 많고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며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군산에서 잡은 박대이다. 금강과 만경강이 맞닿아 서해로 흘러들어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땅, 군산은 수산업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하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려 펄펄 뛰는 생선들과 보글보글 기포를 뱉어내는 조개까지. 별별 바
다 생물이 생명력을 뽐내는 풍요의 어장에서도 특산물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박대를 들 수 있다. 농도 진한 바닷바람과 따가운 햇살에 바짝 말려 지역민들에게 둘도 없이 친숙한 생선이다. 박대는 민물이 들락거리는 얕은 바다에 터를 잡고 자란다. 속이 좁고 성질이 급해 그물을 건져 올리자마자 죽는 탓에 살아 있는 걸 볼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생으로 조리하기보다는 어물전에서 바짝 말린 뒤 굽거나 찌거나 조려서 먹는다. 바다의 향이 바람에 실려 배어들기 때문일까? 말릴수록 살아나는 특유의 맛이 구미를 당긴다. 맛도 좋은데 몸에도 좋다. 칼륨 함량이 높고 철이 많아 뼈 건강에 좋고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또한 담백하면서 쫄깃하며 비린내와 기름기가 거의 없다. 황금 박대라는 별명으로 추켜세우기 충분하다. 박대의 맛에 최적화된 조리법은 무얼까?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을 때 참맛을 알 수 있다. 도톰한 살점 깊이 배어 있는 바다의 향기가 코끝에 여운을 남긴다. 군산에서는 박대 구이와 박대 껍질로 쑨 묵을 비롯해, 각종 해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으로 푸짐하게 차린 백반을 맛볼 수 있다. 정성스레 차린 박대 구이 정식을 눈앞에 두고 앉으면 이름과 다르게 환대받는 기분이다.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맛 "남원 황포묵"
묵을 한입 베어 물면 폭신한 양감이 입안을 채운다. 묵은 곡식이나 나무 열매를 맷돌에 갈아서 가라앉힌 다음 풀처럼 쑤어 굳혀 만든, 우리나라의 고유한 식품이다. 반투명한 빛깔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개성 강한 식재료들과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녹두로 만든 묵은 은은한 맛과 향이 있어 간이 강한 음식과 찰떡궁합을 이룬다. 남원에서 황포묵이 이름난 까닭은 무얼까? 황포묵이란 노란색을 내는 천연색소인 치자로 물들인 녹두묵을 일컫는다. 예부터 남원 황포묵은 인근 지리산 고산지대에서 나는 녹두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좋아 최고로 쳤다고 한다. 고운 빛깔 또한 자랑거리다. 다른 이름은 노랑묵이다. 노란빛은 튀지 않고 은근하다. 어디서든 묵묵히 제소임을 다할 것 같은 순박한 모습이 그저 미덥다. 더욱이 녹두는 오장의 조화와 정신의 안정을 돕는다니 황포묵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황포묵이 들어가는 음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비빔밥 고명으로 쓰인다. 황포묵의 노란색은 우리나라 전통 색상인 오방색 중 중앙 방위에 해당하고 땅을 상징한다. 황포묵이 전주비빔밥과 바늘·실 같은 관계를 맺은 까닭이다. 조선 후기 영조 때 탕평책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던 탕평채의 주된 재료로도 사용되었다. 자체로는 별다른 맛이 없지만 다른 식재료가 지닌 맛을 돋워주는 것이 특별한 점이다. 맛의 중심에 서서 치우침 없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자기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두루두루 주변을 살피는 너그러운 자세가 황포묵 한 점에 응축되어 있다.
바닷바람에 단련된 힘찬 맛 "고창 풍천장어"
마을 안쪽으로 바닷바람이 불어오면 먼바다로 나갔던 풍천장어가 냇물로 돌아왔다는 뜻. 먼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알에서 나오자마자 강물로 돌아온다니, 일평 생을 길 위에서 보내는 장어의 진정한 고향은 강물도 바다도 아닌 여정 자체가 아닐까. 장어의 몸짓은 물결 같기도 하고 바람을 닮은 듯도 하다. 바다에서 올라온 실뱀장어가 자라고 산란을 위해 민물장어가 바다로 내려가는 길목, 두 발길이 교차하는 그곳을 일러 ‘풍천’이라 부른다. 풍천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을 뜻하기도 하고 ‘고창 선운사 앞 선운천과 도솔천’을 가리키기도 한다. 장어 중에서도 손꼽히는 풍천장어의 본고장이 바로 고창인 것이다. 조선 후기 신재효 선생이 정리 한 판소리 「수궁가」에는 ‘용왕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풍천장어 대령하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용왕의 묵은 병에 쓰일 만큼 약효가 탁월한 풍천장어의 역사는 그 몸통만큼이나 길다. 선운사 일대에는 풍천장어를 간판으로 내건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오래된 곳은 무려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은 손맛을 비결로 내세우며 최상의 맛을 선사한다. 수십 년 동안 장어를 손질한 손길이 미덥지 않을 수 없다. 고창 풍천장어는 육질이 탄탄하여 씹는 맛이 부드럽고 담백하며 구수하다. 바닷바람에 단련된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짭조름한 소금구이, 매콤한 양념구이 취향 따라 골라 먹으면 힘이 불끈 솟으니 기력 보충에 이만한 별미가 없다. 풍천장어가 전국에서 이름난 데에는 고창의 자연환경도 한몫을 한다. 천혜의 자연에서 나고 자란 고창 사람의 손맛이참맛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정보 출처 : 전북으로 떠나는 테마매거진 "전북의 빛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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