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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Part 3. 그저 곁에 있어줄 뿐)

달님칭구 (Dalnimchingu) 2024.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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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괜찮은 척'하는 삶을 은연중에 강요받곤 한다. 눈물이 나는 순간에도 '우는 것은 어른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편견에 움츠러들고, 한없는 우울이 찾아온 순간에도 '너는 울보니?', '운다고 뭐가 해결돼?'라는 말에 다시 어두운 동굴 속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그럴 땐 정말이지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은데, '알았으니, 그냥 나를 좀 내버려 둬'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데 그러질 못하는 자신의 모습의 또 마음이 상한다. 어른이 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속에 담겨진 아픔에 대한 소중한 글을 읽고 오늘 하루 당신 자신에게 눈물 흘릴 기회를 선물해 주길 바란다.

 


가장 아팠던 말

 

상대가 나로 인해 힘들어서 울먹일 때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당최 모르겠다. 더 아파할까 봐. 선뜻 등을 토닥이며 위로를 건네기도 쉽지 않다. 명치 아래에서는 표출할 수 없는 감정들이 모여 쓰라린 통증이 느껴지고, 머릿속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시허옇다. 그럴 때는 정말이지 내가 보잘것없이 느껴진다.

 

도대체 사람의 마음은 뭘까?. 잘 안다고, 잘하고 있었다고 줄곧 믿어봤지만, 상대는 설움에 북받쳐 눈물을 흘린다. 우리는 마치 고장 난 컴퓨터와 같다. 당연한 듯 명령어를 입력해도 에러가 나서 프로그램은 실행되지 않고, 제아무리 백신을 갱신해 본들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해 우리를 괴롭힌다.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더욱더 잘하려고 노력해도, 마음을 또 쉽게 따라주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다들 겉으로는 괜찮은 것처럼 보여도, 알면 알수록 참 불완전한 존재 같다.

 

지금껏 누군가를 수없이 울렸고, 나는 삭힐 수밖에 없는 슬픔에 속으로 울었다. 물론 타인으로 말미암아 내가 아픈 적도 있다. 그렇게 서로가 가시넝쿨처럼 얽히고설켜 주고받은 상처는 돌이킬 수 없는 흉터로 남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국이 꼭 받는 쪽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서럽게 울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 박혀 쉬이 잊히지 않는다.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때 상대가 울부짖으며 내게 말했다. "전부 네 탓이야."

 

대못을 가슴에 댁 망치로 탕탕 내리치는 충격이 전해져왔다. 하도 깊숙이 박히는 바람에 장도리로도 뽑아낼 수가 없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내 탓이라는 자책감에 몹시 괴로웠다. 결국 파국으로 치달은 우리의 관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꽤 세월에 흘러 빛바랜 일이 될 만큼 희미해졌지만, 그때 그 한마디는 지금도 오만 가지 감정과 함께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 Page 158]

 


지난 친 배려는 독이 된다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친한 친구 둘과 종종 모인다. 만나자마자 으레 주고받는 대화는 한결같이 뭘 할지, 뭘 먹을지다. 서로에게 선택권을 미루다 보니 똑같은 이야기만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간혹 답답한 마음에 내가 초대를 메고 선택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귀중한 시간을 이런 일로 허비하고 싶지 않아서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예컨대 식당에서는 편한 자리를 양보하려 하니 앉는 데도 시간이 지체되고, 나갈 때는 서로 먼저 계산을 하려 하니 진풍경이 따로 없다. 그런 순간들이 연이어 쌓이면 모두가 지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상대를 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배려일지언정 당사자가 불편해져서는 안 된다. 한 번은 거절이고, 두 번은 마지못해 받아주라는 말이 그냥 나오지는 않았을 테다. 실지로 일본에서 운저할 때 서로에게 양보만 하다가 갈팡질팡하여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배려는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다. 무조건적인 배려보다는 합리적인 배려가 더 나을 수도 있다. 그 적당함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매일 던져지는 숙제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 Page 156]


지나친 관심

 

대중매체와 인터넷이 발달할수록 그만치 소식을 빨리 접하게 되니 우리는 점점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특히 세간의 주목을 받는 유명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실수하거나 화젯거리가 있으면 앞다퉈 이슈를 만들어 하루가 멀다고 연일 보도한다. 하늘 아래 다 똑같은 사람이거늘 공인이라는 명목으로 유독 잣대가 까다롭다.

 

이미 자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댓글창에 욕설이 난무하는 건 예삿일이고, 심지어 "죽어라" 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다. 마치 단두배에 올려놓고서 그걸 멀찌감치 지켜보는 군중들이 형 집행을 부추기는 판국이다. 슬쩍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섬뜩하고 무서운데 당사자의 심정은 오죽할까.

 

지나친 관심은 맹독을 묻힌 화살로 활시위를 당기는 것과 같다. 상대를 죽일 수도 있는 위력이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울었다 - Page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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